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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드러머 김순자 

By 인혁 에디터 

 “세상의 가장 위대한 크리에이터는 엄마다.” 가정의 달 5월, ‘엄마’라는 가장 위대한 크리에이터의 색을 기록하기 위해 취미 공유 커뮤니티 <라이프집>과 사진관 <시현하다>가 만났습니다. 과연 두 브랜드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지, 오늘 매거진에서 확인해 보세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각자의 박자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또 누군가는 조금 느린 박자를 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악에서 중요한 건 박자 하나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음악에서 그저 속도가 전부였다면, 아마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의 대부분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남들보다 빠른 박자를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내 인생의 박자는 내가 정해!’라고 외치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박자를 타고 계신 백발의 드러머. 김순자 님을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평창에 살고 있는 백발의 드러머 김순자입니다.


백발과 드러머라, 정말 멋진 자기소개네요. 처음 어떻게 드럼 스틱을 잡게 되셨나요?


젊어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악기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들이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자기가 배우고 싶었던 걸 못 배웠다고, 그러니까 엄마가 한번 배워보라고요. 또 시골에 살다 보니까 적적하잖아요. 그래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 삼아 시작했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처음에는 드럼을 배우시다가 일주일 만에 도망가셨다고요.


일주일은 아니고, 어느 정도 배운 때였어요. 오래 배울수록 어려운 곡들을 연주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좀 쉬운 걸로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왜 어려운 거에 도전을 안 하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 순간에 초등학생, 어린아이들도 다 있었는데 너무 창피했어요. 애들도 다 듣고 있는데, 내가 구박을 받아 가면서까지 이걸 계속해야 하나 갑자기 회의가 드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그냥 나왔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우리는 항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잖아요. 준비된 사람은 기회가 온다고, 그래서 다시 선생님에게 가서 죄송하다고 말했죠. 


계속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도전하면서 내가 나를 다스린 거예요. 어떤 일을 하다가 도중에 멈춘다는 게 창피하잖아요. 내가 비록 늙었지만 과연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결국 나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포기한다는 게 저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요. 


떠나려는 발걸음을 다시 붙잡을 정도로 강렬한, 드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화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음악을 틀어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드럼을 두들겨요. 그러다 보면 마음이 넓어지고, 용서가 되고,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드럼을 그만두고 싶으셨던 순간은 없었나요?


가는 길은 선생님들이 가르쳐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 건 학생들이잖아요. 처음에는 아무리 잘 가르쳐 주셔도 안개가 낀 듯이 뿌옇게,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1년, 2년 이제 4년을 해오다 보니 어느 정도 좀 보이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여도, 내 느낌이 다르잖아요. 드럼을 두드리는 순간 느껴지는 게 달라요. 그러니까 계속 가는 거예요.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에 항상 목이 마르죠. 내가 지금 일흔 여덟인데 내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칠 수 있을까. 나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는 거예요. 밥은 한 끼 굶어도 상관없지만, 하루라도 드럼 연습을 빼먹으면 아주 속상해요. 


그렇다면 ‘아, 나 드럼 배우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사람들이 내 드럼을 듣고 행복해할 때. 내 좋은 에너지를 그 분에게 실어주는 거잖아요. 이 나이에도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있고, 건강한 것도 다 드럼 덕분이에요. 


남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70세의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이 궁금한데요.


저랑 남편 모두 고생했잖아요. 애들 다 시집보내고, 장가보내고. 그런데 고생만 하다가 이렇게 가기가 싫었어요. 이렇게 죽기가 싫었죠. 막연히 나이 먹어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자식 왜 안 오나 손자 왜 안 오나 이렇게 살기보다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돈이라도 벌어야 하나 싶었는데 우리 딸이 딱 그러더라고요. ‘엄마, 무슨 돈이야. 엄마는 음악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니까 드럼을 배워.’ 그 한 마디가 계기가 됐죠. 


촬영 현장에서도 두 분의 애정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서로 아직까지 사랑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각자 악기를 다룬다는 점. 그게 건강의 밑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아파서 ‘아, 저기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이래도 나는 더 드럼을 쳐야 한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죠.


우리는 아직 멀었어. 좀 더 잘 쳐야 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또 젊은 분들이 ‘어머, 할머니가 저렇게 칠 수 있네’ 칭찬해 주고 댓글에 감동적인 말을 써줄 때 행복하죠. 어떤 젊은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영상을 보고 반성하고 다시 지금부터 열심히 살려고 한다’는 댓글을 남겨준 적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이 하찮은 할머니가 저 젊은 분에게 좋은 기운을 심어줬다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언제 드럼을 칠 때 가장 행복하세요? 


4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7시면 정확히 한 시간을 꼭 드럼을 치거든요. 남편도 색소폰을 연주하는데, 각자 연습을 하다가 서로 합주를 하는데 박자가 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어요. 그때 희열을 느끼죠. 


오랜 시간 동안 박자를 맞춰온 부부가 함께 연주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행복하죠. 이렇게 음악을 같이 공유하면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더 이상 뭐를 바라겠어, 우리는 이렇게 너무 행복해’라고 얘기해요. 


인생의 동반자이자 연주 파트너인 남편분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계속 연습을 하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더 잘 칠 때까지 조금만 더 건강하게 살아달라. 맨날 집에서 더 버팅겨 달라. 당신도 조금만 더 노력을 해서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죽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알고 보니 벌써 운영한지 4년이 된 개인 유튜브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유튜브는 시작할 생각도 안 해봤는데, 어느 날 우리 아들이 추석에 와서 ‘엄마, 내가 찍어줄 테니까 영상 한번 올려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는 수원 도심에 살던 때라 연습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찍었던 <강원도 아리랑> 연주 영상을 올렸어요. 


그 영상으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사랑은 아무나 하나> 연주 영상이 조회 수 120만을 넘기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악보도 없이 그냥 음악을 듣고 제 느낌대로 친 건데 틀에 박힌 악보를 보고 치는 것보다 인기가 있었다는 게. 그동안 악보를 보고 연습을 했다면, 이제 앞으로는 저만의 음악을 창작하려고 해요. 


앞으로 드럼으로 이루고 싶은 순자 님의 목표가 있다면요. 


버스킹도 한번 해보고 싶고, 큰 무대에도 한번 서 보고 싶어요. 꿈은 가지고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따라줘야 하잖아요.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망설이고 계신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나 이거 하고 싶어’라는 마음만 먹고 시도를 못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일단은 발을 디뎌 놔야 해요. 당연히 내가 안 해봤던 건데 어떻게 잘 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난 할 수 있다고 발을 딱 내딛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밟아 올라가는 거예요. 노력 없이 이 세상에 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한 발, 두 발 쭉 가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그러다 보면 열정을 쏟게 되는 거죠. 그럼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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