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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무13 작가

By 민후 에디터



악당을 무찌르고, 어려운 이를 도와주며,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등 다양한 소재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화려한 연출과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스토리, 몰입감을 높여주는 작화 등 실사 장르에서 접할 수 없는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매거진을 통해 소개해 드릴 나무13 작가님 또한 우연히 보게 된 애니메이션에서 매력을 느끼고 영감을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성이 강한 타이포그래피, 과감한 컬러, 디테일한 인물 묘사 등 작가님의 그림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까지 주는 듯한데요.


좋아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는 나무13 작가님의 작품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지금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나무13 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간엔 레트로풍 일러스트로 좀 더 알려져 있습니다만, 최근엔 제 스타일로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잘 그리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꽤 많은 협업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예정된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매번 새로울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으로, 당시엔 필명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었던 나무13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와서 바꾸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서 체념하고 사용 중에 있습니다. 그래도 제법 뇌리에 잘 박히는 것 같아 싫지만은 않습니다. 뒤의 13은 제 생일의 뒷자리입니다.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레트로한 느낌과 팝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의 그림을 그리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미대 진학에 실패한 이후엔 그림은 혼자만의 취미 정도였습니다. 17년도 여름에 전역을 한 이후 무턱대고 누나가 있던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림으로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제대로 된 스펙도, 포트폴리오도 없이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각오 자체가 무모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디자이너로 취업을 하려고 하니, 원하는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날이 많았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시청하게 된 ‘킬라킬’이라는 TV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호쾌한 선과 형태, 그리고 박력 넘치는 타이포가 저에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어요. 그 이후에 ‘나도 저렇게 그려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아이패드에 서툴게나마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옛날 잡지, 귀여운 물건들, 먹고 싶은 것들, 패션, 애니메이션, 음악과 같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요소로 삼아 저만의 개성을 담기 시작했고, 이를 한데 묶어주는 포장 역할로 타이포그래피를 선택했죠. 이때 당시에 입시미술과 같은 그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그 희열감이 저를 고양시켰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찾아보며 수많은 작가들의 그림을 답습했고, 이를 제 스타일로 조금씩 녹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활용했어요. 그렇게 저만의 그림 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겨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도피 덕분이었습니다. 부족한 포트폴리오, 높은 취업의 문턱 등 옥죄어 오던 ‘취직’이라는 사명감에 스트레스를 풀고자 좋아하는 것을 쫓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었죠.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면 진짜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때에 와서야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오디오, 음식, 자전거 등 작가님의 그림에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등장하는데요. 이러한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에는 갖고 싶었던 물건들에게서 영감을 받곤 했어요. 진심으로 갖고 싶었던 물건들은 저에게 있어 너무도 멀리 있는 것만 같아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으로 그렸죠.




잡지나 영상에서만 볼 수 있는 빈티지 오토바이, 크림소다와 같은 디저트, 오래된 오디오… 왠지 모르게 저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에 강한 동경을 품었습니다. 그런 물건들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으로 묘사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고찰을 자주하게 되어서, 이를 그림 속의 표정으로 드러내려고 참고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 오셨는데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수많은 협업이 있었지만, 역시 메종 키츠네라는 패션 브랜드와 함께 협업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메종 키츠네의 CEO 질다스 로엑(Gildas Loaëc) 님이 저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 매니지먼트를 담당해주고 계신 디렉터에게 이 사실을 전했죠. 디렉터는 이 기회를 통해 메종 키츠네의 로고를 사용한 그림을 그려도 되는지 허락을 구해보는 건 어떤지 저에게 제안을 했는데요. 저는 해당 CEO 분에게 그림 사용 허락을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죠.




당연히 거절될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질다스 로엑 CEO는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고, 이를 통해 개인작 하나를 그려낼 수 있었죠. 그리고 제가 그린 그림을 접한 질다스 로엑 CEO가 상당히 만족해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희 디렉터가 직접 그를 만나 협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죠.


이 일을 계기로 캡슐 컬렉션의 일러스트 및 자체 기획인 ‘매거진 키츠네’까지 작업하게 되었죠. 해당 협업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뉴스에도 이 작업들이 소개되고 서울 번화가의 전광판에도 잔뜩 소개가 되어서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 당시에 조금 찡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키츠네 뮤직, 키츠네 사내 책자 등 여러 작업들을 함께하고 있답니다.



그림을 그리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이신가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묘사 및 디자인의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빠지면 작품성이 현저히 저하되기 때문에 저도 여러모로 조심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그림을 흉내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레트로’라는 것도 유행을 타고 비슷한 스타일이 쏟아져 나오곤 하죠. 이런 흐름이 저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할 수 없었던 것이, 단지 유행하는 것이니까 '이것을 그려 넣으면 되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이 너무도 눈에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형태적인 부분이나 디테일적인 부분들이 망가져 있다는 것은 자신이 그리는 것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가장 초보적인 실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서툴게 그린 그림을 보더라도  이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바로 티가 나거든요. 서투름과 안일함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자체적인 상품성, 작품성, 범용성을 고려하며 그리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죠. 어떤 폰트가 효과적인지, 또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참고하며 시행착오를 거쳐야 체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을 늘 주의하려 하는데요. 현역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디렉터에게 종종 자문을 구하곤 합니다. 저도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작가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범용성 높은 화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워크 스타일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저는 시작을 상업 일러스트와 패키지들을 참고해왔기 때문에 거의 모든 협업에서 베리에이션이 가능하죠.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공부했던 만큼 자잘한 그래픽 요소들이나 아트워크에 어울리는 디자인들은 직접 창작해낼 수 있답니다.




이 시대에 어떤 작가로 기록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림을 특출나게 잘 그려서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후세대에도 끊임없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로써의 제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가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언제 어디에서나 저의 그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가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사실 먼 미래까지의 일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를 찾아주는 회사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일을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협업들, 또 할 수 있을 협업들 모두 기대되는 미래의 이벤트들입니다.


한편으로는 실물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작가 생활 중 실물작품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다양한 브랜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실물작품에 큰 비중을 두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만약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생긴다면 정식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미래는 미래의 저에게 맡겨 두고, 지금 당장은 맥주가 마시고 싶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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